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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힙 원톱 개코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G.O.A.T’의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일 수 없고 아무나 쓸 수도 없다. 그러나 개코에게 ‘그의 시대에선 최고’라 말할 정도의 용기는 있다. 10년 전부터 ‘국힙 원톱’인 개코를 만났다.

BY박세회2021.11.23
 
 

the GREATEST HIS of TIME

 
그저께 〈쇼미더머니 10〉(이하 ‘쇼미’)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아, 병웅이가 떨어져서요?
맞아요. 안병웅이 〈쇼미〉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개코 씨도 가슴 아파하는 게 보였어요.
병웅이가 아마 〈쇼미 8〉에 처음 나오고 그 이후에 계속 나왔을 거예요. 코쿤이랑 둘이 1시간 넘게 고민했어요. 명분이 없었거든요. 다 잘했고, 아무도 실수를 안 했는데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때 코쿤이 제안한 게 완전 신의 한 수였죠. “떨어진 친구도 음원에는 넣게 해달라.”
 
블랙 셔츠, 블랙 팬츠 모두 디올 맨. 블랙 워커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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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안병웅이 개코의 적자라고 생각해서 더 슬펐나 봐요. 그 하이 톤에 살짝 섞인 비음과 정박에 때려 박는 듯한 느낌까지 비슷해서요.
아무래도 저는 붐뱁 세대거든요. 1990년대 황금기 때 저희 시대의 마음에는 힙합이 박혀 있어요. 병웅이를 처음 봤을 때는 ‘아니 이렇게 어린 친구가 어떻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그루브는 몸에 익어야 하는데, 지금의 힙합은 이런 흐름이 아닌데, 어떻게 체득했지? 그런 생각을 했죠.
요즘은 뭐 다 ‘에이 요 에이 요, 크르륵 칵칵, 부릉부릉부릉’ 이런 거잖아요.(웃음)
(웃음) 이젠 뭐 그런 트랩도 좀 지나갔고 다들 제각각이죠. 트랩도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다만 전 세대가 다르니까 트랩을 반은 즐기고 반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들었죠. 지금 랩을 하는 친구들은 먼 훗날에도 트랩의 그루브나 템포가 더 편할 거예요.
그나저나 병웅 씨 떨어질 때도 그렇고, 심사위원을 하면서도 지원자들을 걱정하는 개코 씨의 마음이 너무 좋았어요.
심사위원으로 시작할 때마다 ‘마음 주지 말자. 마음 너무 주지 말자’고 다짐하는데도, 하다 보면 과몰입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애들하고 붙어 지내고, 친해지면서 각자의 고민도 알게 되면… 매번 정말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번엔 병웅이가 되게 어른스러워졌다는 걸 느꼈어요. 걔가 축구하던 애거든요. 그래서인지 투지도, 경쟁심도 있어요. 음원 만들 때도 무대 연습할 때도 정말 열심히 하고, 그러면서도 끝나면 쿨하게 팀원들과 서로 다독여요. 팀원들하고 정이 엄청 들었는지 마지막에 “팀원들 잘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무대들도 다 이겼으면 좋겠다”라며 응원을 해주고 갔어요. 병웅이가 바닥을 보고 랩을 하는 게 단점인데, 이제 카메라를 좀 더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생긴 것도 좋고 눈빛도 좋은데.
이번 〈쇼미 10〉에서 공개한 ‘논해’도 좋았어요. 역시나 힙합 게시판들 둘러보니 이미 '개코 찢었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대중의 취향에는 흐름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제가 하던 걸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돌고 돌아) 시대의 흐름이랑 다시 맞아떨어져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트렌드는 트렌드고, 클래스는 영원하잖아요. 랩에는 스포츠 같은 면이 있으니까요.
오래 했으니까요. 사실 지금까지 무대에도 정말 많이 섰고 아무래도 능숙하죠. 또 그냥 대중이 저처럼 하는 랩이 그리워졌을 수도 있고요.
아우, 개코 씨 랩은 듣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해요.
(웃음) 감사하네요.
‘논해’는 방송에서 짧게 편집된 게 좀 아쉬웠어요. 안 그래도 게시판에 ‘왜 염따 신곡은 다 보여주고, 개코는 다 안 보여주냐’라는 댓글이 있었어요.
아 그건 오해가 좀 있어요. 염따는 프로듀서 공연 때 신곡 한 곡만 무대에 올렸어요. 저희는 신곡과 함께 다른 곡도 올렸거든요. 공평하게 7분 정도 무대에 섰고 방송 분량을 맞추다 보니 저희 신곡은 어쩔 수 없이 편집된 거죠.
안 물어봤으면 오해만 계속할 뻔했네요. '논해' 가사 중에 “설탕 기업과 악수했다고 해서 내 랩은 달달하지만은 않어”라는 라인이 있잖아요. 예전에 개코 씨가 〈쇼미 6〉에 심사위원으로 처음 나왔을 때 사이퍼에서 했던 가사가 기억났어요. “진지 빨지 마 인마 어차피 예능 아니냐 빡세게 설탕 모아서 비싼 밥이나 한 턱 쏴”라는 가사였죠.
시즌 6 때는 진짜 고민이 많았어요. 매해 섭외가 들어왔거든요. 계속 거절했는데, 나가려면 명분이 중요했죠. 그때는 명분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힙합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겨루는 경연이지만, 또 예능이잖아요. 드라마와 스토리와 에피소드가 많이 담겨 있고, 또 실시간으로 진행되면서 흥행으로 연결되는 프로그램 안에서 우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자랑 둘이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논해'의 가사는 저희 회사가 CJ의 자회사라는 걸 갖고 언어유희를 좀 부려본 거예요.
전 개코의 그런 진지한 면이 참 멋져요. 세 번이나 심사로 〈쇼미〉에 참여하면서 본인이 겪은 곤혹스러운 상황 중에 예상 못 했던 게 있나요?
전 사실 이번에 염따에게 생긴 일들은 전혀 예상도 못 했어요. 염따의 심사가 참가자 입장에서는 물론 쓴맛이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염따가 아티스트한테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정말 많이 해줬거든요. 방송에선 분량의 제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편집됐지만, 전 현장에 있었잖아요. 그런데 대중이 방송을 보고 느끼는 시선과 감정은 다르게 흘러가더라고요. 염따가 좀 견디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꼭 염따 씨에 대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는데…염따 씨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염따는 같은 장르에서 활동하는 동료잖아요. 또 전 10년 넘게 무명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봐왔으니까요. 바로 옆에서 보진 않았지만, 항상 주변에 있었거든요. 염따는 앨범을 만드는 내공도 상당하고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캐치하는 것도 빠르거든요. 전 그런 점을 참 좋아하죠. 이번에 같이 출연한다기에 기대도 많이 했고요.
 
화이트 재킷, 화이트 톱 모두 발렌티노.

화이트 재킷, 화이트 톱 모두 발렌티노.

전 그 논란 중에서 제일 황당했던 것이 ‘염따가 옆에 대선배인 개코가 있는데 너무 감정적으로 불손하게 군다’는 지적이었어요.(웃음)
그건 어찌 보면 염따를 공격하기 위한 장치죠. 제가 그 장치였던 거예요. 마음이 참 복잡하더라고요. '좌표 찍혔다'라고 하죠. 저도 사실 그런 경험을 해봤고, 비슷한 감정을 과거에 느껴봐서 그냥 막 보고 있기가 힘들었어요. 사실 이건 그냥 분노의 창구가 생긴 거예요. 분노를 표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창구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거든요. 한번 좌표가 찍히면 그 논란이 뭐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진실도 사실도 중요하지 않아요. 할 얘기도 많은데, 또 막 얘기하자니 나대는 것 같아서…하여튼 그렇습니다. 마음이 복잡해요.
컨트롤비트 때도 공격이 많이 들어왔을 것 같아요.
그 시기에 악재가 엄청 많았죠. 2013년도에는 ‘어떻게 한 해에 이런 일이 다 터지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앞이 안 보였죠.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사물이 두 개로 보였어요. 잠 못 자는 건 당연하고 운전도 못 했어요. 그때는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이런 물통이 두 개로 보이니, 어떻게 운전을 했겠어요.
제가 좌표가 찍히는 사람, 즉 연예인을 참 많이 만나는 직업인데요, 가끔 ‘이분들의 멘털이 건강한 게 기적이다’라는 생각을 해요. 몇몇 분들은 심리적으로 힘들어 상담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어요.
상담을 받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전 그게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하는 거랑 똑같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그걸 밝히는 게 힘들죠. 저는 상담을 받지는 않지만, 상담이 필요한 분들은 그 사실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뭐 체력 관리하는 거랑 똑같다는 생각으로요.
요즘 기획사에서 멘털 케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죠.
저희 회사도 하고 있어요. 심리적으로 힘든 친구들한테는 선생님을 연결해줘요.
좋네요.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거예요. 그나저나 이번 〈쇼미 10〉 코코 팀에선 버릴 카드가 없더군요.
태버는 원래 잘해요. 천생 아티스트 재질이 있는 친구죠. 그 실력을 언제 보여주나 기다렸는데, 음악을 보여주는 음원 미션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군요.
신스도 이렇게 확고한 스타일을 가진 줄 몰랐어요.
신스는 일단 본인을 둘러싼 서사가 너무 좋아요. 대전에서 올라와 혼자 5년 동안 카페 알바 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고, 그 와중에 음악을 놓지 않았죠.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시는 부모님은 신스가 음악을 하고 앨범 내는 걸 아예 모르셨고요. 아마 신스가 〈쇼미〉에 여섯 번 정도 도전했을 거예요. 게다가 이렇게 탄탄한 기본기로 랩을 타이트하게 뱉는 여성 래퍼가 오랜만이기도 하죠. 저랑 코쿤은 그런 점에 꽂힌 거죠. 아우릴고트는 허슬러죠. 힙합 신에서는 허슬러라고 하면 정말 열심히 빡세게 작업하고 연습하는 사람을 말해요. 광일이는 편견을 정말 많이 깼죠. 이 신에는 랩을 빨리한다는 거에 대한 반감 같은 게 좀 있어요. 힙합을 정말 코어하게 하는 사람들은 그루브를 타는 걸 좋아하고, 그게 좀 더 흑인 음악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광일이의 테크니컬한 랩에 반감을 갖는 플레이어들이 있죠. 그런데 이번에 〈쇼미 10〉에 나와서 정말 많이 깨부쉈죠.
팀 전체가 치열하네요.
치열하기도 하고, 또 그 안에서 서로 되게 끈끈한 것도 있고 그래요. 애들 전부가 다 예뻐요.
만약 개코 씨가 지금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라면 〈쇼미〉에 나갈까요?
그런 생각 해봤어요. 나갔을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일단 래퍼의 공급은 넘쳐나는데, 그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뚫고 나오기는 힘들잖아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다가 〈쇼미〉에 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까 잠깐 〈에스콰이어〉 유튜브에 올라갈 영상을 찍을 때 ‘마스터플랜’ 이야기를 했죠. 생각해보면 그때 마스터플랜에는 주석, 데프콘 다듀의 전신 격인 CB Mass 등의 전설적인 그룹들이 활동했죠. 그중 다수가 아직 이 신의 수장 격으로 남았고요. 뭔가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의 특권이라고 할까요?
저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우리가 기회를, 정말 큰 행운을 잡았구나. 당시에는 이 장르에서 활동하는 팀이 별로 없어서, 조금만 튀어도 사람들이 진짜 좋아했어요. 아직 기준이 없었으니까요. 자리 잡기가 훨씬 쉬웠죠.
 
*개코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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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윤송이
  • STYLIST 한종완
  • MAKEUP 김미애
  • ASSISTANT 송채연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