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검은 태양> 촬영 끝나고 체중이 많이 빠졌다는 남궁민의 근황

영화를 본다. 맥주 한 캔을 홀짝인다. 좋은 작품의 조건에 대해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지침 몇 문장을 쓴다. 지난 영광과 허무를 떨친다. 2막을 설계한다. 배우 남궁민의 시간은 휴식기까지도 막과 막 사이 인터미션처럼 높은 밀도로 흐른다.

BY오성윤2021.11.22
 
 

INTERMISSION

 
더 편한 쪽으로 앉으시죠.
아, 괜찮습니다.
오늘 보니까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할 때는 늘 그렇게 하이톤이시더라고요. ‘아, 괜찮습니다’ 하고. 상냥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원래 남궁민이에요. 제가 맡은 배역에 따라 톤을 많이 낮추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게 말하면 어우, 너무 느끼하죠.
남궁민 씨의 나직한 목소리 너무 멋있는 것 같은데요. 마지막 영상 촬영에서 하신 내레이션도 아직까지 제 머릿속에 울려요. ‘오늘 하루,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46.2mm 스틸 케이스에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날짜, 요일, 월 디스플레이, 4자리 연도 표시창이 포함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IWC. 터틀넥 니트 톱, 베스트 모두 프라다.

46.2mm 스틸 케이스에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날짜, 요일, 월 디스플레이, 4자리 연도 표시창이 포함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IWC. 터틀넥 니트 톱, 베스트 모두 프라다.

여운이 남네요. 사실 오늘 하루는 종일 화보 촬영을 하며 보내셨지만.
(내레이션 말투를 흉내 내며) 오늘 하루, 나를 위한 일을 했다.
그래도 요즘 한창 쉬는 기간이라고 들었어요.
네. 작품 끝나고 쉬고 있죠. 제가 그동안 너무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주위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고, 그래서 저도 푹 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집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그동안 밀린 드라마도 찾아보고. 대중의 관심이 지금 어떤 것을 향해 있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저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니까요.
휴식이라고 했는데 설명의 뉘앙스는 연구 활동 같은데요.
그게 저한테는 휴식이에요. 제가 어릴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 보는 걸 무척 좋아했거든요. 누군가 미술관 가서 작품 보면서 감동을 받고 위안을 얻는 것처럼 저한테는 영화, 드라마가 비슷한 의미가 있는 거죠. ‘저 감정을 어떻게 저런 식으로 표출해내지’ ‘표현 방법이 너무 세련됐다’ 그런 부분을 보면 뭐랄까, 희열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작품의 성격이나 메시지를 막론하고.
네. 그 작품이 제 삶과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고 해도요. 저도 힘든 시기가 있잖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절망스러울 때도 있고요. 그런 때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이 주는 힘이 커요. 좋은 영화나 드라마는 제게 스트레스와 힘든 일을 날려버릴 수 있는, 다음 날 또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휴식기인데도 몸은 여전히 건장하네요.
이것도 엄청 많이 빠진 거예요. 촬영 준비 기간부터 계속 강도 있게 운동을 하다가 촬영 막바지에는 아예 시간이 안 됐고, 한 2~3주는 운동을 못 했거든요.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는 있는데요. 어휴, 빠지는 속도가 정말 엄청나요.
 
46.2mm 스틸 케이스에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날짜, 요일, 월 디스플레이, 4자리 연도 표시창이 포함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IWC. 재킷, 팬츠 모두 카사블랑카 by 무이.

46.2mm 스틸 케이스에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날짜, 요일, 월 디스플레이, 4자리 연도 표시창이 포함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IWC. 재킷, 팬츠 모두 카사블랑카 by 무이.

못 알아볼 정도로 커진 체구 때문에 드라마 〈검은 태양〉 티저도 나오기 전부터 화제가 됐었죠.
맞아요. 그걸 뭐라 그러더라? 컴뱃 셔츠인가, 촬영 때 그걸 입고 걸어가는데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친구가 사진을 툭툭 찍었어요. 야, 근데 이거는 내가 봐도 내 뒷모습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한번 올리고. 그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는데 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화제가 되니까 감독님도 너무 좋아하셨죠.
그렇게 벌크업을 하자고 한 건 누구 아이디어였어요?
제가 그동안 첩보물에서 많이 봐왔던 건 이렇게 호리호리하고 슈트 핏이 잘 어울리는 주인공이 훅훅훅 치면 남자들이 쓰러지는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물론 그게 더 사실적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상대방을 단숨에 제압하고 그런 캐릭터라면 조금 덩치가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제안을 했더니 작가님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 벌크업이요? 하면 좋겠는데요. 너무 좋습니다.” 그러셔서. 결국 기존의 첩보물 주연 캐릭터들과 좀 차별화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성공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한지혁은 다른 어떤 첩보 액션 캐릭터도, 그리고 남궁민 씨가 전에 맡았던 다른 어떤 인물도 떠오르지 않는 캐릭터였으니까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다른 작품과 번갈아 볼 때면 오히려 그때마다 신기했어요.
사실 딱히 그런 효과를 노린 건 아닌데요. 그냥 이 배역만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였거든요. ‘이 사람은 사람을 그냥 완전히 한 방에 제압해버리네?’ ‘그럼 피지컬이 좀 엄청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상의를 하고 준비에 들어갔는데, 사실 저희는 과정을 계속 보니까 뭐 얼마나 달라졌는지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주변에서 “와, 이거 너 맞아?” 이런 말씀을 해주시니까 너무 좋았죠.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인데 그렇게 봐주시니까요.
 
46.2mm 스틸 케이스에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날짜, 요일, 월 디스플레이, 4자리 연도 표시창이 포함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IWC. 셔츠, 팬츠 모두 벨루티.

46.2mm 스틸 케이스에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날짜, 요일, 월 디스플레이, 4자리 연도 표시창이 포함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IWC. 셔츠, 팬츠 모두 벨루티.

제가 나이가 들면서 ‘어떤 배우가 작품을 위해 몇 kg 감량했다’ ‘몸을 키웠다’ 이런 이야기가 좀 다르게 들리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서른 넘어서 그렇게 몸을 바꾸는 게 예삿일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니까요.
사실 처음 각본에서는 〈검은 태양〉의 시작점이 주중한국대사관 앞이었거든요. 헐벗은 남자가 대사관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이슈 때문에 그곳에서 촬영을 할 수가 없게 됐고, 그래서 한지혁의 첫 등장 배경이 선박으로 바뀐 거예요. 돌이켜보면 천만다행이죠. 원래는 제가 살을 한 10kg 빼서 그 대사관 신을 촬영한 다음 한국에 와서 정신 치료를 받고 다시 회복하는 콘셉트로 몸을 만들겠다고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미쳤었구나, 내가 그때 욕심이 너무 과했구나 싶죠.(웃음)
덩치가 크면서도 둔중한 느낌이 아니라 공간을 장악하는 맹수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측면도 놀라웠어요. ‘저게 톰 하디만 되는 게 아니었구나’ ‘심지어 동양인 배우 중에 저런 게 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요.
연구를 많이 했어요. 지혁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뭐, 연구야 어느 작품이건 많이 하긴 하지만요. 어쩌면 이런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좀 더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였던 거죠. 예를 들어 백승수 단장(〈스토브리그〉) 같은 경우에는 마른 체형에 이지적인 사람이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이고, 정이 있긴 하지만 표출을 안 하고, 내뱉는 족족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고요. 어떤 측면에서는 멋있기도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재수 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 캐릭터잖아요. 도정우(〈낮과밤〉) 같은 경우에는 머리나 수염도 지저분하고, 성격이나 표정도 괴짜 같았고. 일단 저는 캐릭터에 집중하느라 거기에 맞춰갔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호감도 높은 캐릭터는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한지혁이라는 캐릭터는 건장한 체격에 국정원 요원이라 머리도 멀끔하게 넘기고 상처도 하나 있는데 인상을 쓰고 다니고, 좀 멋있잖아요. 그래서 좀 더 호감을 산 측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특히 남자분들이 정말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46.2mm 스틸 케이스에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날짜, 요일, 월 디스플레이, 4자리 연도 표시창이 포함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IWC. 니트 가브리엘라 허스트 by 무이.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6.2mm 스틸 케이스에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날짜, 요일, 월 디스플레이, 4자리 연도 표시창이 포함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IWC. 니트 가브리엘라 허스트 by 무이.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미지적으로 어떤 종류의 쾌감을 주는 캐릭터이긴 했죠.
네. 그래서 또 저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죠.
함정?
저는 늘 ‘좋은 작품이고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배역이 무엇이건 간에 소화한다’ 이런 생각으로 연기를 해왔거든요. 그게 연기자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한지혁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주시니까 자칫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아, 앞으로도 이렇게 멋있는 캐릭터를 해야 하나?’(웃음)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요. 이 단맛을 어서 잊어버리고 다시 제 연기론과 방향성으로 돌아가서 본연의 자세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찌질한 역할이든 멋없는 역할이든 뻔한 역할이든, 뭐든.
 
*남궁민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남궁민이 본인 출연작을 보며 자기 연기를 따라 해보는 이유 보러가기

Keyword

Credit

  • FASHION EDITOR 고동휘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참
  • STYLIST 오지희
  • HAIR 함혜랑
  • MAKEUP 정경화
  • ASSISTANT 이하민/ 송채연
  • DIGITAL DESIGNER 김희진